사실 회고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한 해가 끝나면 "올해 뭐 했지?" 하고 잠깐 생각하다 마는 정도였다. 매달 정리하겠다는 다짐은 항상 "다음 달부터"로 미뤄졌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동료의 한마디가 없었다면, 이 글도 "다음 달에 해야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동료의 조언이 생각을 행동으로 바꿔줬고, 덕분에 1월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2026년 1월. AI는 이제 개발자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에 가깝다. 한 달을 정리하다 보니, AI 없이는 해내지 못했을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AI로 해낸 것들

첫째, Terraform 도입

사실 Terraform은 예전부터 도입하고 싶었던 기술이었다. 인프라를 코드로 관리한다는 개념이 매력적이었지만, 학습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이번 달에 드디어 적용했다. 특히 S3를 통한 state 공유로 팀 환경을 구축한 부분이 인상 깊다. 원래대로라면 개념 이해부터 실제 적용, 디버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AI와 함께하니 "이게 왜 필요한지", "어떤 구조로 설계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프라 관리가 훨씬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콘솔에서 클릭하던 작업들이 이제 코드로 버전 관리된다.

둘째, TDD 적용

"TDD 적용"은 매년 목표에 들어가던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테스트 코드 작성이 귀찮고, 개발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아서 번번이 포기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Claude Code에 skills 하나 추가하는 것만으로 TDD 사이클이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테스트 먼저 작성해줘"라고 말하면 된다.

여기서 인상적인 건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개발 습관의 변화다. 예전에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TDD 해봐야지"라고 다짐해도 중간에 흐지부지됐는데, 지금은 AI가 자연스럽게 테스트-구현 사이클을 유도하니까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원하는 개발 환경과 습관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 이게 AI 협업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 싶다.

인상 깊었던 점

6시간짜리 업무가 2시간 정도로 줄어들었음을 체감했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건 그 2시간의 피로도가 확연히 적다는 점이다.

기존의 학습 사이클을 생각해보면 이렇다:

검색 → 양질의 자료인지 판단 → 적용 → 검증 → 실패 → 왜 실패했지? → 다시 검색 → 다른 방법 시도 → ...

이 사이클이 돌 때마다 상당한 집중력이 소모된다. 특히 "이 자료가 믿을 만한가?", "내 상황에 맞는 방법인가?"를 판단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서 답을 못 찾으면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점점 지친다.

지금의 사이클은 다르다:

요구사항 전달 → AI가 관련 자료와 방법 제시 → 결정만 하면 됨 → 적용 → 검증

자료 수집과 1차 판단을 AI가 해주니까, 나는 의사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정보를 찾아 헤매는 피로가 사라지고,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피로만 남는다. 이 차이가 체감상 엄청나다.

퇴근할 때 "오늘 많이 했는데도 덜 지친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 늘었다.

이런 편리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생각이 깊어졌다.

1종 보통 vs 2종 오토

예전에는 면허 시험장에 가면 1종 보통을 기본으로 땄다. 수동 변속기를 못 다루면 왠지 운전을 제대로 배운 것 같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트럭도 오토변속기로 나오는 시대에 굳이 어렵게 1종을 딴 사람을 보면 오히려 의아하다.

AI 발전도 비슷한 흐름이 아닐까.

IT 학습의 역사를 보면, 책으로 공부하던 시대에서 구글링이 자연스러워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구글링해서 찾은 코드를 쓰는 건 실력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었다. 지금은 구글링 못 하면 오히려 이상하다.

지금 나는 "AI를 쓸수록 기본기를 다지는 게 개성을 갖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AI가 코드를 생성해줘도, 그 코드가 왜 이렇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는 건 여전히 중요하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생각조차 1종 보통 면허처럼 되지 않을까?

"요즘 누가 직접 코드 치냐?"는 말이 자연스러워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계속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직접 확인 해볼 수 밖에 없다.

마무리

1월은 AI와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달이었다.

단순히 코드를 빨리 짜는 것을 넘어서, 학습 방식과 개발 습관까지 바뀌기 시작했다. Terraform을 도입하고, TDD를 습관화하고, 노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까지 만약에 혼자였다면 "언젠간 해야지" 목록에 머물렀을 것들이다.

물론 아직 불확실한 것도 많다. AI에 의존할수록 기본기가 약해지는 건 아닌지, 이 속도가 지속 가능한 건지.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 방식이 나에게 맞다는 것이다.

2월에는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