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느껴진 한 달
이번 달은 유독 길게 느껴졌다.
체크리스트만 놓고 보면 4월은 빈칸이 많지 않은 달이었다. 여러 작업을 어렵지 않게 완료했고, 숫자만 보면 잘 굴러간 달이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데일리노트를 쭉 넘겨보니 결과는 잘 나오지만 얻는 것은 없는 허무한 느낌이 자꾸 남는다. 일이 끝나는 순간만 짧게 좋고, 그 일이 끝난 다음 무엇이 내 안에 쌓였는지를 잘 답하지 못하겠다. 작업 사이의 연결이 약하고, 다음 사람이 받아 이어갈 수 있는 흔적이 별로 없다는 감각에 가깝다.
어쩌면 내 수준보다 한 단계 위의 업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완료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좋은 지식을 너무 쉽게 얻으니 오히려 허무하다는 말, 어쩌면 배가 불러서 나오는 소리일 수도 있다.
정비의 달
마이그레이션이 끝난 자리에 정비할 거리가 많이 보였다.
유저 지표(Amplitude)는 앱에서 웹뷰로 진입했을 때 유저 정보가 제대로 트래킹되지 않고 있었다. 배포 일정에 맞춰 앱에 Sentry를 붙이며 정비를 함께 진행했고, 그동안 조용히 묻혀 있던 에러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그제야 드러났다.
의미가 어긋나 있던 컬럼명을 손보고, 슬랙으로 흘러오는 에러 알림을 최소화하도록 다듬었다. 집을 청소할 때와 비슷하게, 이런 리팩토링을 할 때는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보안에도 조금 신경을 썼다. 돌이켜 보니 우리 서비스가 크롤링에 얼마나 취약한지 제대로 모니터링해 본 적이 없었다. 트래픽이 높지 않은 서비스라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 막상 들여다보니 사례가 적지 않아 앞으로도 꾸준히 살펴보려 한다. 이런 부분까지 챙길 여유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서비스가 그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타가 살짝 온 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회고를 쓰고 있다는 점이 좋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고 진작 넘겼을 일이다. 그런데 흐트러진 와중에도 이 한 가지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다른 건 조금 흔들려도, 회고를 쓴다는 이 습관만큼은 끊지 않고 가져가고 싶다.
문서 우선 개발
다음 달 목표는 Document First다.
문서 중심 개발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지만, 공유가 잘 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습관부터 들여놓아야 할 것 같다. 코드보다 먼저 한 페이지짜리 의도와 결정을 적어두고, 그 문서를 축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흐름을 시도해 보려 한다. 4월에 느낀 연결의 부재에 대한 나름의 답이기도 하다.
여기에 맞물려 디자인도 직접 해보려 한다. 당장은 실전 피그마를 따라가는 수준이겠지만, 문서를 더 잘 공유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다뤄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매일 X 표시를 하라. 며칠이 지나면 사슬이 만들어진다. 그 사슬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 Jerry Seinfeld, 코미디언 ("Don't Break the Chain" 기법) / 《타이탄의 도구들》